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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기

사이버세상과 싸움닭

by 선 인장 2011. 6. 15.

 

 

 

 

오래전 나는, 취미로 큰 어항에 금붕어를 키워본 적이 있다.

 

어항은 가습기 역할도 해 주었으니 애들 어린 방에는 정서적으로나 습도조절

 

면에서나 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이 어항에 금붕어 배설물 치우기가 만만치 않다.

 

자주 치워 주기는 해야겠는데 모래와 자갈 사이에 낀 똥이 잘 빠지지 않아

 

시간과 힘을 쓰게 만든 것이다.

 

어느날 그 똥을 먹어 치울 수 있는 생물이 없나 생각다가 다슬기를 집어

 

넣기로 하였다.

 

그런데 똥을 먹을 줄 알았던 다슬기는 이끼만 먹고 마는 것이었다.

 

그 다음방법으로는 시장에서 파는 조그만 남생이를 같이 넣었다.

 

이 남생이가 똥을 먹는 줄은 모르겠는데, 처음에는 붕어먹이를 같이 먹고

 

사이가 좋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자고나면 붕어 몇 마리가 지느러미가 뜯겨 있고,

 

종내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이었다.

 

이상하다.. 참 이상하다 하고 병이 왔나 싶어 수조를 소독하고,

 

싱싱하고 멋진 놈을 몇 마리 더 사다 넣어도 얼마 못가 또 그런 현상이

 

일어나곤 했다.

 

어느날 자다 불을 켜 봤더니 눈을 뜨고 자고 있는 금붕어의 배 밑으로 가만히

 

접근하여 먹기 좋은 지느러미를 뜯어 먹고 있었다.

 

그리고 지느러미를 잃은 금붕어가 완전히 누우면 살을 파먹는 행태를 보였다.

 

낮에는 물고기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니 물 밑에 가만히 있다가,

 

어둠이 오고 물고기들도 쉬고 있으면 그 틈에 공격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다.

 

아무리 못사는 집에 가더라도 젊은이가 사는 집엔 반드시 개인용 pc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

 

인터넷에 대한 관심은 286,386을 지나 486 팬티엄을 뛰어넘는 도약을 가능하게 했고,

 

이젠 어느 직종의 누구라도 인터넷을 멀리하고는 현대사회를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왔다.

 

그러다보니 눈에 직접 보이고 만져지는 현실과 사이버세상을 동시에 살게 된다.

 

문제는 이 ‘사이버세상’에도 현실에서 느끼는 느낌을 똑같이 받게 되는데,

 

익명 속에 숨어 아무 말이나 하고 싶은 대로 지껄인다는 점이다.

 

자신의 의견과 조그만 다르면 거기에 대한 반박을 하며 곧바로 욕설까지 동원한다.

 

더 강하게 치고 나가 상대를 제압하려는 수단이다.

 

왜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댓글에 대한 반박글이 생겨나는 것일까?

 

그 원인 중의 하나는,

 

이성보다 감정적인 민족의 후예라 그렇고, 댓글을 누구라도 보고 있을 것이므로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려는 소영웅주의가 아닐까 한다.

 

그 둘은,

 

단순히 혈통이나 개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한 숱한 시위와 혼란으로

 

누구라도 대중 앞에 서서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는 혼란기의 산물일수도 있겠다.

 

그 시위 속에서 적대감은 커지고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그 어떤 것도 무력을 동원

 

해서라도 깨부수려는 행태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위정자들이 자신의 정권쟁취 야욕을 위해 국민정서를 이용해 먹었고, 소영웅주의에

 

빠지거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열정만 앞세운 우둔한 민초들은 자진해서 

 

들러리를 섰다.

 

그것을 자신의 출세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민주와 정의란 이름으로 포장한,

 

각종 사회단체의 우두머리들이 엮어가는 1막3장의 연극은 많은 쓰레기를 남겼다.

 

거기에 휘말린 이들의 희생과 쓰레기에서 나온 각종 악취는 이 사회를 또 얼마나

 

병들게 하였는가?

 

깨어있다 자부하는 국민들은 빨간 머리띠를 맨 투사가 되어갔고,

 

그것이 우리나라에 태어나고 지켜가는 지성인의 의무인줄로만 알았던 시대가

 

서서히 가고 있다.

 

아니, 지금도 잔재가 남아 국민들끼리 피 튀기는 싸움을 하고 있다.

 

아무 이해관계 없이도 몸에 밴 적개심으로 동족을 공격하는 장닭처럼,

 

우리 국민은 모두 싸움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가?

 

 

 

 

중세 일본을 통일하고 그 칼날이 자국 내 세력싸움이 되거나 자신에게 향할까를

 

두려워하여 중국침략을 빌미로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그렇게

 

병력을 소모하여 국내정치를 안정시켰다.

 

또 과거 로마는 주변국들을 굴복시키고 난 뒤, 쓸모없어진 병사들을 콜롯세움이란

 

원형경기장에 세워서 수천 회에 걸친 검투사 시합과, 맹수들과 인간의 싸움 등의 

 

대규모 전투장면을 실연하여 투사들을 자연소모 시켰다.

 

이는 더 이상 투사가 필요 없어진 때문이었을 게다.

 

우리의 현실은 내분의 빵을 만들어서 나눠먹은 정치인들이 그 여파를 책임지지도

 

않고, 그 소모방향을 잡아주지 못했으니, 보이지 않는 곳에 숨은 투사들이 아무

 

목적이나 이익 없이 적개심을 풀지 않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지금도 그 위정자들에게 휘둘리고 있던가.

 

 

 

말이 주는 상처나 글이 주는 상처는 똑같다.

 

대면해서 악다구니를 퍼붓거나 소문을 만들어 인신공격을 하는 말이

 

당사자에게 들어올 때나, 직접적인 메일 편지 등으로 받아보지 않아도

 

나의 글에 달린 댓글 등은 똑같은 상처를 남긴다.

 

비난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원글에 대한 비판뿐이 아니라 거기에 달린

 

댓글을 상대로 공격도 한다.

 

누구나가 자유로이 거기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음에도 자신의 뜻과 다르다고

 

적으로 삼아 공격하는 것이다.

 

특히나 정치적인  문제에는 게거품을 물고 싸우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왜 투표율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정치에 관련된 일에는 망국병인 지역감정까지

 

넣어서 난리들인 걸까?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이 핸드폰으로 들어와 언제 어디서라도 누구라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 세상이 열리면서 더욱 극성스러워졌다.

 

우리 주위엔 그 지역 출신이니까 형편없는 정치인이고, 초록은 같다고 그 지역

 

출신이니까 그리 말한다는 단순한 의식구조를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다.

 

나는 물론 정치인들이 가장 구린 족속들이란 것쯤은 안다.

 

그래도 남자들 어디가나 안주거리인 특정 정치적사안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고 관심도 없어 지루해 하곤 한다.

 

그런 문제로 침을 튀기며 설전을 벌이다 주먹다짐까지 하는 족속들을 보면,

 

정말 저런 사람이 가족이나 동료를 사랑하는 사람인가에 회의가 든다.

 

그러하니 당연히 다른 사람 말에 쉬이 참견도 하지 않으며, 반박도 하지 않는다.

 

물론 정치적인 글이나 특정 연예인의 문제에 대해서도 자의로 댓글을 달아본

 

적도 없다.

 

투명한 쇼윈도에 들어있는 연예인들이 거기에 궁지에 몰리고 극단적인 자살을

 

택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

 

책임지지 못할 언동으로 생목숨이 자신으로 하여 죽어도,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지도

 

못하는 이기적이고 간악한 인간들의 손가락, 아니 그 마음씨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누구나 사는 동안 절에 들러 보았을 것이다.

 

그곳에선 인간의 형상을 하고 남에게 악담을 하는 입을 ‘악구惡口’라 하여  죽어

 

지옥에 떨어진 뒤의 처벌을 그림으로 그려 놨다.

 

그 혀를 길게 빼어 쟁기로 매일 갈아대는 고통을 당하게 됨을.

 

저승에서는 자살을 택할 수도 없어 죄업을 다 털기 전에는 절대로 환생하지

 

못한다 한다.

 

나는 절에 가면 꼭 그 지옥도 앞에 멈춰 서서 입조심을 다짐하고 온다.

 

 

 

당신은 어제 혹은 오늘 누구에게 상처를 낼 말을 함부로 뱉거나,

 

글이란 창으로 주위 사람들을 피흘리게 하진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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