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은 해마다 두 번을 떤다.
상하반기 인사발령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인사발령을 우리 회사에서도 1년에 두 번 꼴로 하고,
어떨 땐 수시인사도 실시한다.
연고지를 배격하고 승진할 때마다 멀리 전보를 시키는 잦은 인사는
고여있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패의 고리를 끊자는 데 근본 취지가 있다.
그러나 이 잦은 인사발령이 주민들과 안면을 익힐만하면 발령을 내서 주민들과
융화문제에도 격隔이 생기고 직원자신과 가족들은 안정적인 생활을 해내지 못한다.
특히 윗사람을 매년 받아들이는 기존 직원들 입장으로야 우왕좌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바뀌는 지휘관마다 그 전 업무는 모두 버리고 이전과 다른 업무를 하려하니,
일의 연속성도 깨지고 부하직원들은 직원대로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면서
비위 맞추기에 급급해진다.
또 하나의 문제는 외지에서 온 높은분들이 대부분 솥단지를 안 걸고 산다는
점이다.
밥을 안 해 먹으니 끼니 때마다 부하직원들이나 단위책임자들에게 신세를
지게 된다.
비단 밥 뿐이겠는가?
지역특산품 등을 구해달라 수시 부탁전화를 해댄다.
일만 잘하면 50점, 일도 잘하고 아부도 잘하면 100점이라나?
밥을 얻어먹으면서 그런 말들을 들으란 듯이 서슴없이 내뱉는 모습을 볼 때는
정말 그 얼굴에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어진다.
본청에서는 그런 걸 알기나 할까?
그런대서 윗선에 그걸 고변할 용기는 없다.
왜냐하면 그 후 엄청난 내부의 압력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가정을 지키고 싶어하는 이, 누가 있어 이 책임을 감당하려 하겠는가?
괘씸하고 못마땅해도 참아내는 수밖에 없다.
이 승냥이같은 무리들은 그걸 알고 이용하는 것이고.
모든 조직에 우두머리를 두려워 하는 것은 이 인사권과 징계권이 있기
때문이다.
즉 부하직원이 내 맘에 안들면 갈아치우거나 뒤를 파서 징계조치 후 비선호부서로
전출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지휘관의 말은 곧 법이고 지상명령인것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틀린 지시를 내려도 아랫사람이 감히 가타부타 거기에 의견을
달지 못한다.
아직도 가부장적인 유교문화가 남아있는 우리나라 조직으로야 그걸 허용하지도
않는다.
지휘부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수장들은 대부분 엄한 규율 속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거나, 사회에 나와서도 그러한 문화를 보고 배우고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과 다른 걸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완고하고 권위적인 모습들을 깨자고 외부적으론 갖가지 행사를 개최하여
주민들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내부적으론 속된 말로 부하직원들을
엄청 쪼아댄다.
과장급만 되어도 부하직원들의 약점을 잡고자 혈안이 되어서 그네들끼리
이러꿍저러꿍 해가며 잘 해가는 사람을 순식간에 몹쓸놈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야 권위가 선 걸로 믿고 그래야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휘관의 참모로서 교언영색하며 살살 거리다가, 부하직원들 앞에선
정색을 하며 갑자기 사나운 동물이 된다.
이것은 마치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어 호기를 부리는 호가호위 狐假虎威의
형국이다.
이런 분위기속 회의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열리는데,
회의 중에 어떤 안건을 내 놓아도 부하직원이 내놓은 안案은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하고 무시하고 말문을 막아버리는 것이 상례이다.
그럴려면 회의를 왜 하는 걸까?
회의가 뭔가?
각자 처한 위치나 환경 하에서 무엇이 최상인가를 논의하고 뜻을 모아 최선의
것을 추구하자는 게 아니던가?
그런데도 이러한 행태는 근본적으로 부하직원들을 하인이나 자기보다 훨씬
지적 수준이 낮은 사람이라 여기는 탓에 발생하는 일일 것이다.
그걸 깨치자고 젤 윗선에선 주민들을 모아놓고 현장설명회를 하고,
각 사회단체나 그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따로 모아 그들의 말을 듣는 등의
유화적인 제스쳐를 하고 있으나 과연 근본적으로 주민들을 공경하지 않는
그러한 사람들이 문화를 바꾸어 나갈 수 있을까?
하반기 인사철이라 관공서 여기저기에서 인사발령 때문에 술렁거린다.
우리 회사는 1년이나 2년에 한번, 면 등의 행정기관 인사 발령은 3~4년에
한번씩 이동을 한 것 같다.
인사가 만사라.
이 모든 것이 연고지 인사를 배격한 것만이 부패를 없앤다는 생각으로만 찬
윗 정책입안자들의 과오일 것이다.
과거 한 때 연고지 인사문제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었다.
어디가서 억지로 얻어 먹는 세상이 아닌 지역 주민의 대변자이고,
그들의 말 벗이고, 공통관심사를 같이 고민하는 시대인 것이다.
이젠 연고지 인사를 장려할 때이다.
그네들이 고향에 돌아가서 봉사하고, 퇴직 후에도 친구를 둘 수 있게 하고
퇴직 후에도 욕 먹지 않을 책임행정을 맡기는 게 어떨까?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난 후에도 잘못된 시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았다면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지는 게 옳을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부하직원들에게 갈취나 착취를 하지도 못할 것이고,
자신의 편의나 보신을 위해 부당한 시책을 하지도 않을 게 아닌가?!
우리나라 국회의원 임기는 4년 대통령은 5년이다.
그 첫걸음으로 이제 공직사회의 인사발령도 이에 맞춰 4년이나 5년에 한번씩
하는 게 어떨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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