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재배
노지 재배
물 많고 눈물 많은 올 해!
농부들의 한숨소리도 높아져 간다.
시중에선 추석을 앞 둔 시점에서 중간상인들이 제사상에 올릴 과일을 구하지 못해
난리이고, 농부는 농부대로 잘 영근 과일을 수확하지 못해서 울상이다.
최근 며칠간을 날마다 비가 내렸다.
태풍이 강타한 과수원과 논밭에 일조량 부족이 이어지면서 작물은 작물대로
작황부진이고, 농부는 농부대로 근심이 많다.
수확감소에 따른 농작물 가격 상승, 이는 곧 엥겔지수 상승을 가져와 가뜩이나
유가상승에 따른 주름진 서민가계 살림살이에 농작물 가격상승은 큰 부담이
될 걸로 보인다.
지금 들녘엔 깨와 고추 등 밭작물 수확이 한창이다.
주로 중부와 서울을 강타했던 태풍의 영향을 이곳도 온전히 피하지 못하고,
일부 하우스가 날아가고 고추 등 작물이 쓰러지고 가지가 부러지는 피해를
입었으나 큰 피해는 비켜갔다.
그 중 김장에 빠질 수 없는 고추를 살펴보자.
고추는 주로 노지에 많이 심는데, 밭고랑을 만들고 지주대를 박은 다음 줄로 매어
바람에 쉬이 쓰러지지 않게 붙들어 놓는다.
품종개량을 통해 1주에 말린 고추 기준 1근을 수확하는 식이니 1,000주를 심으면
1천근의 말린 고추를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고추의 가장 큰 적은 탄저병이다.
이 탄저병만 잘 잡으면 고추농사는 거의 풍작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탄저병균은 주로 흙을 이용하기 때문에 흙속에 숨어 있다가 고추가
열리기 시작하면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이 균은 흙속에 잠복하고 있다가 빗방울이 땅에 뚝하고 떨어지면,
빗물이 낙하하여 다시 반동으로 튀어 오르는 순간 빗물에 섞여 고추가지나
잎에 올라붙어 급속히 번져간다.
이를 방지하려면 온상재배를 해야 하나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대부분 노지
재배를 하고 있다.
올 고추가격이 요동을 치고 있다.
엊그제 1만2천원하던 말린 고추 1근 가격이 이곳에선 1만8천원까지 올라가고,
서울에선 2만원에 이르고 있다는 소문이다.
작년에 좋은 것이 8천원 수준이었으니 두배를 넘은 셈이다.
이러하니 상인들은 상인들대로 분주히 움직여 고추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조차 그걸 예상하지 못하고 비싸지면 중국산 수입이
들어와서 국내시장을 안정 시킬거라 전망했으나 결과는 예상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에도 태풍과 가뭄피해 때문에 고추가 흉작인 모양이다.
중국산이 1만2천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고는 하나 그 물량이 넉넉지 않아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별로라고 한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보면 동양 특히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 고추를
빼놓고 김치를 담그고 김장을 한다는 건 상상하지도 못할 일이라 이 난리인 것이다.
상인들은 작년에 확보해둔 고추와 금년에 산 고추를 섞어 빻아 시중에 유통시키는
모양새이고, 중국산까지 섞어 빻아 유통시킨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고추도 오래 묵히면 영양가도 떨어지고 묵은 냄새가 난다.
거기에서 더 오래되면 썩는 거고.
수입 고추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되는데, 이 나라엔 농약사용기준 등이
없거나 정부 통제가 미미하여 이미 인체에 미치는 독성 때문에 국제적으로
금지시킨 농약 등을 쓰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우리 입에 들어가는 농작물에 잔류농약이 남아 있다고 생각해보자.
비싼 돈 주고 독을 사 먹는 셈이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국내에선 대부분 농협을 통해 인증된 농약을 쓰거나 친환경을 내세운
저농약을 쓴다.
이 저농약은 일반농약의 2배 이상 비싸지만, 믿고 사 먹을 만한 기초재료로
학교 급식 등에 납품되고 있다.
올해에는 고추를 수확하는 일 뿐만 아니라 고추를 말리는 일도 힘들다.
비가 자주 오면 생육이 늦어지기도 하거니와 병도 강해져 농민들 속을
더 태우고 있다.
또한 이런 날씨에 자연건조란 있을 수 없는 거고.
시중에 나와 있는 태양초는 완전 자연건조가 극히 드물다.
고추를 볕 좋은 날 보름여를 말려야 하는데, 이 중간에 비를 맞혀서도
안되고, 아침에 널고 저녁에 걷어 들이기를 반복해야 한다.
이 도중에 비라도 오면 금방 썩어나간다.
그래서 시중에 나와 있는 태양초는 내 가족이 먹을지라도 건조기에서 반쯤
건조한 다음 밖에 내어 말린다고 보면 된다.
나는 다행히 저농약으로 재배한 사람이 가까이에 있어 질 좋은 고추를 구입할 수
있었다.
고추금이 오르기 시작한 시점에서 근에 1만3천원을 주고 60근을 구입했으니
그나마 행운을 잡은 셈이다.
반 건조한 상태에서 빼내어 말려서 태양초를 만들려 했으나 계속된 비로 다시
건조기에 넣는 수순을 밟았으나 고추 재배에서 수확과 세척 건조과정을 지켜
봤으니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겠다.
덤으로 스무근을 더 얻었으니 주위에 자랑거리도 될 것이다.
요즘 어디에 가나 남자들도 고추에 대해 화제로 삼는다.
김장의 주 재료인 고추가 김장을 해야 하는 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안문제
가계문제 사회문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고추에 대한 생각들을 하다가 재배하는 하우스와 노지, 그리고 태양초를
만드는 과정을 몇 컷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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