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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기

에이에스와 촌놈.

by 선 인장 2009. 9. 27.

 

 

 

농촌 인구의 감소가 이 사회를 기형적으로 만들고 있어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하는 이때, 촌놈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옛말에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이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란

 

말이 있다.

 

그래서 한동네 우글우글하던 젊은 청춘들은 어느때부터인가 하나둘

 

서울로 서울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유난히 정이 많아 나를 볼 때마다 볼을 잡아당기던 동네 누나도,

 

가정형편으로 학교를 일찍 그만두고 꼴을 베고 뽕을 따 누에를 치던

 

그야말로 억척이던 동네 누나도, 

 

 육덕 좋아 가슴에 눈이 갈라치면  괜히 어린마음에도 얼굴 붉히게 했던

 

누나도,  하나둘 안 보이게 되고 그러다 시간이 지나 추석이나 설날 멋지게

 

 차려입고 내려오면 아, 서울로 갔구나 하고 알게 된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중 대부분이 먼저 서울로 간 친구나 선배들을

 

통해서 서울 구로동 등  공장에 취직했다는 것이다.

 

가난을 벗어보겠다고 발버둥치던 한 시대의 아픔이 아닐수 없다.

 

이젠 인구 4만의 작은군에선 아침저녁으로 꼴 베고 소 치던 누나도 ..

 

서울로 올라갈 누나도 없다.

 

*

 

촌에 살다보니영화 연극관람 등의 문화혜택은 제쳐 두고라도  컴퓨터 등

 

전자제품이 고장나면 수리 받기가 수월치 않다.

 

우리집에는 15년전쯤에 구입한 컴퓨터가 있고, 작년에 구입한  24인치

 

엘시디모니터를 장착한 최신형 컴퓨터가 있다.

 

예전에 구입한 컴퓨터는 삼보계열의 컴으로 당시엔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모델을 구입했었지만,

 

완전평면 브라운관방식이어도 오래 쳐다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곤했다.

 

컴과 상당시간을 자주 친구하다보니 이게 내 시력저하의 주범임을 알았다.

 

올 새로 구입한 컴퓨터는  삼성제품으로 성능도 좋고 무엇보다 브라운관

 

방식이 아니어서 눈이 편해 좋다.

 

내가 새컴을 차지하자 애들은 내 눈치를 보면서 하는 수 없이 구형컴퓨터를

 

사용하는데, 그 사용 빈도가 낮아 방치하다시피하다보니 고장도 더 자주 난다. 

 

전자제품이 가장 싫어하는 습기때문이리라.

 

그런다고 버리기도 아깝고하여 고장날 때마다 서비스센터의 기사를 부르는데,

 

작은 군이라 인근 큰 군에서 출장을 나와 고친다.

 

일년이면 서너차례씩 신세를 지게 되는데, 내 일정 보다 기사가 우리군에

 

출장 나올 날짜와 시간에 맞춰 집에 있어야하니  부담이된다.

 

기사는 기사대로 오자마자 여기저기에서 빨리 안 온다고 난리이니 지켜보는

 

사람 마음도 다급해지고, 기사도 대충 맞춰놓고 가는 식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수리가 될 리 없다.

 

주인이 무슨문제 때문에 수리를 의뢰했는지 들을 겨를이 없으니 말이다.

 

출장비는 출장비대로 나가면서 주인은 기사에게 미안해 해야한다.

 

바쁜사람 불러서 미안하다고 말이다.

 

그나마 기사를 줄여 나가더니 나중엔 이 지역에서 하겠다는 얼치기 기사를

 

고용해 대신 보낸다.

 

문제는 이 초짜 대충기사가 뭘 알아야 제대로 고치지, 고치는 게 시덥찮다.

 

나이가 어려서인지 서비스가 뭔지 교육을 안받아서인지 말하는 법도 모르고,

 

고쳐놓고 간 다음 바로 안되서 다시 와달라고 하면 다시 콜센터에 접수하면

 

나가겠단다.

 

물론 다시 출장비와 부품대를 내야 고치겠다고 배짱이다.

 

제품의 증상도 안보고 무작정 나는 고쳐놨는데 당신들이 잘못 사용해서

 

고장이 났으니 당신이 다시 부품대를 들여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하도 말하는 투가 괘씸하고 몇번 전화를 해도 안오길래 호통을 쳐놨다.

 

불쾌한 기분이 한동안 오래가서 동안 방문기사들에게 미안해 했던 마음이

 

싹 가시고, 이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순식간에 흐려졌다.

 

인구밀도로 본 농촌 군단위가 점점 작아지면서 인근 군과 통합논의가

 

이는 이때 누구를 원망할 수 없게 만든다.

 

이것이 촌에 사는 죄이어야 하는가?

 

 

**

 

 

어젠 광주에 핸드폰을 수리하러 갔다.

 

촌에 살아도  문명병은 비켜갈 수 없는 것인지 핸드폰이 갑자기 꺼져 버리고

 

됐다안됐다 하는것이 적잖은 불편을 주기 때문에 수리를 서두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촌놈인지라 이곳에서 광주한번  올라가기가 쉽지 않고 짐스러운 일이지만,

 

바람쐴겸 다른 일도 볼겸해서 갔다.

 

인근에 통합해서 삼성애니콜센터가 해남에 있는데,

 

작년에 가보니 접수받는 여직원이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접수자체가

 

바빠있어 뭐가 고장 났는지 자세히 설명 듣지도 못해 아예 광주로 발길을

 

잡았다.

 

이곳 대리점에 맡기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들지만, 웬지 미덥지

 

못해서다..

 

광주에는 각구마다 2~3개씩의 써비스센터가 있는데, 가까운 진월점으로

 

갔다.

 

먼저 넓직한 손님 대기실이 보이고, 젊고 아리따운 아가씨들의 미소띈 얼굴과

 

상냥한 말투의 손님맞이가 첫인상을 좋게 했다.

 

어떤 기사가 몇번에서 수리하는지..대기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알려주고

 

수리순서가 되면 울리는 호출폰 등 여타 서비스센터와 다른것을 느꼈다.

 

대기시간동안 지루하지 않게끔 커피자판기, 발맛사기, 핸드폰소독기,

 

여러대의 인터텟피시 등 여러 편의시설에 반해버렸다.

 

기사와의 상담에도 소비자의 불편에 귀 기울여주는 태도는 아주 좋았다.

 

나중 알고보니,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시스템을 만들어 놨다.

 

바로 직원평가엽서제의 시행이다.

 

만족치 못하면 손님들이 바로 불만족 체크해서 투입할건데 불친절할리가

 

없게 된거다.

 

물론 친절 교육을 수시 시킨다는 것은 알았지만,

 

미안할 정도로 친절해서 아주 업된 기분으로 매장을 나설 수 있었다.

 

사실 삼성이야 다른 기업에서 하지 않았을 때부터 서비스문제에 나서서

 

기업의 이미지를 높여 결국 국내 1위의 기업이 됐음을 다시금 상기하게

 

했다.

 

지금도 서비스문제는 다른 업체에서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니 시골에 살수록 삼성제품을 안 살래야 안 살수가 없는 거다.

 

서비스 받는 기회도 장소도 적으니 웬만하면 고장나지 않는 제품을

 

고르려 하고 고장나면 만족스럽게 고쳐주니 왜 안 그러겠나.

 

예전엔 지금 엘지의 전신인 금성제품을 주로썼다.

 

그땐 금성이 티비를 잘 만들어내니 어떤 가전제품이든 잘 만들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지금도 엘지와 삼성이 티비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점점 삼성에게 뒤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

 

사후 서비스 즉 에이에서에서 뒤지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삼성은 전국적인 서비스망에 직원친절화 교육을 어찌 잘 시켜 놓던지

 

에이에스기사를 불러 들여도 그리 친절할 수가 없다.

 

그러니 누가 삼성제품을 안 쓰려고 하겠는가?!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무리 갈수록 인구 줄어드는 군이라지만,

 

군 단위마다 서비스센터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점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현재 삼성에 친인척 한 명 두지 못했고, 삼성홍보맨도

 

아니다.

 

그저 시골뜨기로.. 무명초로 살아가는데 부끄럼 없는 민초일뿐이다. 

 

이 기회에 광주디지털센터 진월점 직원들에게 무한한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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