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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기

여행기3 - 8.12 오후 선유도를 향하여

by 선 인장 2008. 8. 27.

 



 

-8. 12 오후, 선유도를 향하여


 

나의 애마가 평균시속 120∼140을 내며 서두르는 바람에 일찍


군산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유료주차장이 공항 전면에 나와 있고, 무료주차장은 터미널을 돌아


뒤쪽에 위치해 있어 처음 온 사람들은 찾기가 쉽지 않고 주차장도


그리 넓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바람도 잔 여름날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고, 조경수마다


매미들이 떼로 날아들어 여름 한때를 찬양하고 있었다.


래프팅으로 허기져 있는 배를 채우려고 해도 군산항 부근에는


공단들이 조성되어 있고 인근에 식당이나 슈퍼마켓이 없는 게


아쉬웠다.


시내로 찾아 나설 시간이 없어 구내식당마저 없어 스낵코너에서


컵라면으로 회식을 하고 배에 올랐다.


섬에 들어가려는 사람마다 짐이 많았고 2박3일 일정인 우리 일행


10명은 쌀 한가마니에 부식 등 짐이 사람 수보다 더 많아


아이들까지 넘치게 들고 겨우 배에 올랐다.

 

15:00시 선유도행 고속카페리 .


선유도에 차를 가져갈 수 없다하여 사람만 승선 했다.


막 출발 하려는데 뒤늦게 단체여행을 온 대구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멀리서 손만 흔들 뿐 뛰지를 않아 10분 늦게 출발했다 .


나는 답답한 1층 방을 피하여 2층 객석 바깥쪽에 자리를 잡았다.


선유도로 가는 선상 위.


자기 일행들을 하나씩 부르기도 하고 쫓아 다니며 특유의 악센트


강한 말로 무슨 말들인가를 해대는 대구 노인들에게서 여행의 들뜬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가볍게 일렁이는 파도.


배는 육중한 몸을 틀어 파도를 헤치며 서서히 나아가고,

 

배가 지나간 자리에는 추억처럼 물거품이 일었다.

 

곧 육지가 희미해져 가고 배는 작은 섬들 옆을 지나갔다.


사람이 살지 않는 척박한 섬.


파도에 오랜 세월을 씻기운 바위들이 제 키의 절반쯤을 내놓고


햇볕에 몸을 말리고 있었다.

 

섬 위쪽에는 언제부터인가 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었고 억센 바위


위에 둥지를 틀고 외부의 도움 없이 섬을 지키고 있었다.


좋던 날씨가 금방 비가 올 듯 하고 갈매기 한 마리가 어디에선가


와서 배를 쳐다보고 어디론가 날아갔다.


의형(義兄)이 자신의 별명을 ‘외로운 갈매기’라고 평소 농담처럼


말하더니 갈매기가 왜 외롭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


내가 보건데 갈매기는 먹이사냥 할 때 외에는 무리를 잘 짓지 않고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듯 보였다.


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메모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그때그때의 감흥을 메모지도 없이 여기저기에서 받은 명함 빈


공간에 잠깐잠깐 생각나는 대로 적어 가는데 주위사람들은


신기한지 자꾸 들여다보고 싶어한다.


육지 사람이 배에서 어떤 느낌을 갖는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으나, 그 느낌을 메모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닥다닥 붙은 의자에 앉아서 메모지를 꺼내서 끄적인다는 것은 주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고 나처럼 얼굴이 두껍지 못하고 남의


눈에 띄기 싫어하는 소심한 사람들에겐 메모를 남이 쳐다보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잠깐 졸았다.


15:00 군산항에서 출발한 카페리호가 뱃길 50km를 1시간 30분을


달려 신선이 노닐다 간  섬 선유도에 도착했다.


전북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리 仙遊島는 1킬로 남짓의 일주도로에


500여명이 사는 작은 섬이다.


선유도 조그만 항에는 마중 나온 사람들과 돌아가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겨우 짐을 내려서 옮길 일을 걱정하고 있는데 마침 다른 물건을


실러 온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발이의 도움을 받아 짐을 싣고


떠나고, 일행들은 섬 주위로 난 좁은 도로를 걸었다.

 

해안선 따라 늘어선 도로는 좁고 오토바이와 전동차 자전거들이


엉켜 사람들의 통행이 자유롭지 않았다.


좁은 도로에 한쪽은 횟집. 한쪽은 전동차, 자전거 대여소 등이 들어차

 

전동차끼리도 교행하기가 쉽지 않아 사람들이 전동차 뒤를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섬에는 티비에서 보던 태국 등 후진국에서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쓰이는 전기충전식 전동차가 주 교통수단이었고, 해풍에 철판이


삭은 봉고차가 3-4대 그리고 스쿠터 몇 대가 사람과 짐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스쿠터와 봉고에서 내뿜는 매캐한 매연을 맡으며 따라서


가다 서다를 몇 번한 끝에 숙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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