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개하였다.
강변을 따라.. 사람의 눈길을 따라 낮은 곳에서 가장 많은 꽃들을 피워내는 벚꽃의 계절이다.
가지 가지마다에 피어나는 꽃들로, 언제 앙상한 가지를 가졌나 짐작키 어렵다.
봄소식을 전하러 신발도 안 신은 채 먼저 달려온 초봄의 전령사들은 대부분 많은 꽃을 단다.
화투(花鬪)를 피하려는 노력이다.
봄이 무르익을수록 산야엔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니 벌들을 불러오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이 경쟁 속으로 뛰어들지 않으려면 남들보다 개화가 빨라야 하는 것이다.
아직은 벌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가 아니지만, 벌들에겐 크게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벌들의 사랑의 독차지 한다.
거친 세파에 메마른 가슴을 적시러 사람들은 들로 강가로 나간다.
근데 실상 꽃들은 사람들을 위해 피어나진 않는다.
이 벚꽃이 조금만 더 오래 피어있길 바라지만 벚꽃은 이내 지고, 산야엔 다른 봄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이 벚꽃이 오래토록 피어나려면 벚나무는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한다.
많은 물과 양분들을 소모해야만이 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오래토록 피어있진 못한다.
벚나무의 입장에선 꼭 그래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꽃들을 피워서 벌들로 수정이 이루어지면, 바로 열매로 가야 한다.
꽃의 숙명은 열매이고, 열매의 숙명은 널리 자손을 퍼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 봄꽃의 후발주자들은 많은 꽃들을 달지 않는다.
각기 감당해낼 만큼의 한정된 꽃들을 다는데, 그 꽃속에 보다 많은 꿀을 저장하고 향기도 진하게
내뿜어 벌의 사랑 쟁탈전에 나선다.
그래서 되도록 꽃도 화려하고 크게 달려 애쓴다.
사람들은 꽃에게 배운 전략으로 사랑을 쟁취해 간다.
남자사람들은 사회의 유용한 무기인 돈과 지위로, 여자사람들은 화장과 향기나는 말로써
이성을 유혹하고 열매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