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서면, 날마다 파도가 봄을 실어오는 것이 보인다.
파도는 민초들의 삶처럼 끈적한 남해안 갯벌을 훑고, 그리움들을 퍼 올리고 있다.
구불구불한 해안길 따라 붉은 입술로 화장을 한 춘백(春栢)이 옹기종기 피어나
동박새 신이 나는 봄날이다.
봄기운이 한재를 넘어 할미꽃을 피워놓더니, 선학동 유채밭에 머무른다.
활엽수마다 물이 차올라 트일 듯 말 듯 한 눈(嫩)들이 외출을 망설이고,
하루를 다하여 내린 봄비는 골짜기마다 모여들어 작은 내를 만드니,
아무 곳이나 손바닥으로 물을 떠서 마시고 싶어진다.
성질 급한 민들레는 남보다 늦은 것 같은 조바심에 잎새 내놓기 무섭게 꽃대를 올리고,
이름 모를 잡초들도 꽃을 피우려 몸부림이다.
이 잡초들의 성화에 벚나무 깨어나 고양이 세수하고 머지않아 꽃을 피워 올릴 것이다.
그러면 봄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산으로 들로 나가서, 그네들만의 언어로 시끌벅적
봄을 향유할 것이다.
그날엔 나의 뜰에도 감나무 사과나무 모과나무 비타민나무 새순 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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