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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기

봄날

by 선 인장 2019. 3. 6.


leila - pavlo

 


 

며칠간 시야를 흐렸던 미세먼지가 봄이 오는 길을 방해하는가 싶더니,


오늘은 봄비가 촉촉하다.


언제부터인가 미세먼지와 황사가 아지랑이를 못보게 하여,


봄을 기다려온 마음을 답답하게 하였다.


서럽고 가난한 사람일수록 봄이 얼마나 절실한가는 아는 이 만이 알리라.




막힘이 있다고 해서 올 것이 아니온 건 아니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먼 바다에서 따순바람 살살 불어와 어느 둔덕 비탈에 매화 피어나고,


물고랑처럼 이어진 촌가의 골목담벽 과실나무에 추억처럼 새순이 올라온다. 


양지바른 회관 앞 옹기종기 모여앉은 할머니들은 먼저 간 영감을 그리며 눈물짓고,


들판엔 새순을 뜯는 염소무리가 즐거운듯 꼬리를 마냥 흔들며 매에~노래를 부른다.


보리순이 오르는 무논엔 할머니의 젊은날과 꽃가마를 타고 시집 온 기억이 함께


새록새록 자라난다.


멀지 않는 곳에서 태어났으나 와보지 못한 곳에 영감 하나 믿고 시집와,


논밭을 일구고 가꾸며 자신의 인생도 평생 가꾸며 살아온 곳!


오늘은 서울에 사는 어느 자식놈에게 전화라도 오려나 괜히 구형 접이형핸드폰을


꺼내 만지작 거린다.


내가 한번 해볼까 하다가도 지금 직장생활하느라 바쁠텐데 괜한 전화질에 자식놈이


상사에게 혼나지나 않을까 도리질을 하며 다시 호주머니에 넣는 봄날이다.


곧 양지바른 논둑에 해쑥 몇바구니를 캐내 자식놈에게 부치고 나면, 지난날 아프고


상처받은 흔적도 손등에 각인된 흉터처럼 묻힐터이다.


자식놈 살림나 서울살이하며 남들처럼 살아가는 게 그녀 인생에 보답이라도


되듯이 말이다. 




오늘 대지를 적셔오는 비는 겨울을 다 털어버릴 것인가?


지난날의 아픔을 다 씻어내고, 


먼 산을 안개처럼 자욱히 덮는 미세먼지까지도 씻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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