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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기

탐라국 여행가는 길.

by 선 인장 2010. 10. 20.

 

 

 

 

여행이란 그 자체로 누구나에게 설렘일것이다.

 

자기가 머무르던 공간을 떠나 다른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것,

 

자기의 일상을 잠시나마 털어내고 이해관계도 경쟁도 없는 새로운 공간 안으로

 

들어간다는 건 정말로 신나는 일이다.

 

가을 토요일, 아침부터 첫 배를 타기 위해 서두르는 몸짓마저 신이나 있다.

 

특히 못난 남편들 덕에 손에 물 마를 날 없는 아내들을 위한 자리였으니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신나있던 차였다.

 

 

 

동트기 전부터 서둘러 다섯쌍의 부부가 차량 두 대로 분승해 30여분을 달려

 

회진항으로 이동했다.

 

구불구불한 국도를 달려 도착한 항 대합실에는 선적을 기다리는 차량의 행렬도

 

길게 이어지고, 설레임에 흥분된 목소리가 경쾌하다.

 

차가운듯 산뜻한 가을바람이 바다 위를 달려 가슴에 안겨왔다.

 

짭조름하면서도 젓갈냄새 같이 곰삭은 냄새가 섞여있는 익숙한 냄새다.

 

탐라국 음식이 안 맞는 걸 감안하여 전날부터 시장을 보고 찰밥 찌고

 

김치에 쌈장에 멸젓에 무우잎 상추잎 치커리 한 보따리에,

 

소주 2박스  맥주와 반찬해서 한 보따리 아이스박스까지 있다보니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된다.

 

나눠서 싣다보니 등짝이 척척하다.

 

장흥 회진항에서 탐라국 성산포간을 오가는 2400톤급 여객선에 564석이

 

꽉찼다.

 

좌석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한 사이 배는 육중한 몸을 틀어

 

뿌우~ 뱃고동을 울리며 서서히 항을 빠져 나갔다.

 

가벼이 흔들리면서 이는 가벼운 현기증.

 

전날 배멀미를 우려해 오른쪽 귀밑에 키미테 붙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미로 나갔다.

 

벌써부터 그곳에 술판을 벌이는 일행과 일행 없이 혼자 와서 멀어져가는

 

항구와 물거품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 젊은이, 신기한듯 두리번 거리는 사람들로

 

갑판은 붐볐다.

 

긴 생머리의 아가씨는 가을바다의 숨결에 머리결 날리며 하나의 풍광이 되었다.

 

아침해는 점점 떠올라 가는 길을 인도하는듯 바다에 반사되어 길을 만들고 있었고,

 

배 지나는 길  뒤로 포말은 수 없이 생겼다 부셔져 작아지다가 사라지곤 했다.

 

바다는 넓은 품안을 내주어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미역과 김 목장이 즐비하고  목장을 돌아  배는 지나갔다.

   

바다는 육지 낮은 곳을 찾아 육지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섬들을 만들고,

 

섬들은 그 바다에 반쯤 발을 담그고 그 위에 푸른 소나무를 키웠다.

 

더벅머리 총각이 바다 한가운데 발 담그고 앉아 유유자적한 모습이다.

 

식물은 본디 염분을 싫어한데, 섬은 바다물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아

 

염분을 삭히고 소화시켜 생명을 유지시켜 나가고 있었다. 

 

염분을 좋아한다고 알려진 함초도 실은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 적응해 간거지,

 

애초부터 염분을 좋아하지 않았으리라.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은 고립되어 있으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어쩌다 지나가는 배에게 육지의 소식을 전해듣고 갈매기와 친구하며

 

살아가는 듯 싶었다.

 

어쩌다 들려오는 육지의 소식과 이국으로부터 밀려오는 파도가 전해주는 이야기.

 

해가 떠오르는 수평선  그 아래에도 수많은 전설을 간직한 바다의 비밀이 숨어있을

 

터였다.

 

그래서 섬은 외롭지 않을 것이었다.

 

출발한지 30분이 지나자  배는 청산도를 지나 74킬로로 속력을 냈다.

 

빨리 나아갈수록 포말은 더 많이 일어나고 섬들도 작아져 갔다.

 

우리 사는 일도 그러하리라.

 

힘차게 나아갈수록 거센 파도를 건뎌야 하고 또 그만큼의 거품이 일어날 것이다.

 

결국 나아간다는 것은 버려간다는 것이 아닐까?

 

크게 일어났다가 사위고사위어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는 파도처럼..포말처럼, 

 

그렇게 그렇게 잊혀져 가는 건 아닐까? 

 

 

 

 배는 1시간40분을 달려 탐라국 성산포항에 안착했다.

 

얼굴과 등을 비추는 가을 햇살이 따뜻했다.

 

 

 


Ngoc Lan(玉蘭)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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